posted by 내.맘.대.로 2016. 4. 27. 18:04

내맘대로의 EPUBGUIDE.NET에서 편집자의 의도를 그대로 살려 전자책을 제작해 드립니다.

종이책의 편집 스타일을 최대한 유지하며, 팝업 주석 처리, 이미지 확대 축소 등 전자책의 장점을 반영하여 전자책을 제작합니다. 탬플릿을 사용하지 않고, 책 한권 한권 고유 스타일을 살리기 때문에 전자책에서도 종이책 디자인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한국출판문화진흥원의 [텍스트형 전자책 제작 지원 사업] 선정 도서는 ‘제작 난이도별 제작비 산정 기준에 근거하여’ 제작 단가를 산정하고, 일정에 맞춰 제작을 해 드리니 많은 문의 바랍니다.

자세한 내용은 여기로: https://www.epubguide.net/notice/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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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가제로 안 팔리는 책이 더 안 팔리게 됐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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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가제는 제2의 ‘단통법’이요, 전형적인 중소기업 보호 규제다. 가격규제로 중소업체를 보호한다는 것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는 걸 아직도 모르는 정부다. 도서정가제 혜택을 그나마 본 것은 책값 상승에 따른 마진폭 확대로 매출 개선효과가 나타난 일부 초대형 온라인서점뿐이다. 전집류 같은 구간 서적을 반값에 사던 학부모들은 할인율이 최대 15%밖에 안 되는 도서정가제 때문에 서점에 갈 엄두를 못 내는 형편이다. 도서정가제는 모든 면에서 실패한 정책이요, 시장을 죽이는 규제다. 당장 폐지해야 마땅하다. [모두 보기]



도서정가제에 찬성을 하지 않지만, 당장 폐지해야 한다는 말에도 동의할 수 없다. 도서정가제는 '제대로' 자리 잡으면 출판사, 독자, 유통사 모두에게 좋은 정책이 될 수 있다. 다만, 현행 도서정가제는 출판사도, 독자도 배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정책이어서 문제다.

정책을 만들어 놓고 조금만 문제가 생기면 '해경을 해체하겠습니다'식으로 접는건 말이 안된다. 어떤 정책이든 초기에는 문제가 있기 마련이다. 나 역시 책값은 시장 자율에 맏겨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도서정가제가 장기적으로 출판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주장 역시 타당하다고 본다. 그래서 이왕 시작한 도서정가제라면 보다 '올바른' 방향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개선을 해야지 무조건 폐지를 주장하는건 반대한다.

도정제를 시작하기 직전에 내가 접근할 수 있는 데이터로 분석을 해본 적이 있다. 현행 도서정가제 대로라면 (유통사) 매출은 30% 줄고, 이익율은 7% 이상으로 도정제 이전 1%~3%보다 늘었다. 1,000원 팔아 10원~30원 남기다가 700원 팔아 50원 남기게 됐다는 소리다. 그래서 도정제 이전보다 이익율은 더 좋아졌다. 그런데 저 7%이익이 출판사에게 가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다시 말하면 출판사는 매출액만 30% 줄어들고, 그에 따른 이익도 30% 줄어드는 구조였다.

이런 구조로 인해 출판사는 신간 책값을 내릴 수 없었다. 도정제를 하면 가격이 정상화 돼서 책값이 내려간다고 얘기했지만, 책값을 내려야 하는 출판사는 1,000원을 벌어 200원 남기다가 700원을 벌어 140원 남기는 구조가 됐다. 
출판사가 서점에 15,000원짜리 책을 9,000원에 주면 서점이 10,500원에 3권씩 팔았다. 출판사는 27000원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 그런데 도정제 이후 똑같은 조건으로 2권밖에 팔지 못하게 됐다. 출판사는 18,000원으로 매출이 줄었다. 그런데 이익율은 그대로다. 이런 상황에서 도정제 이전 매출로 돌아가려면 책값을 20,000원으로 올려야 한다.

구간 재정가 제도가 있지만 종이책 찍어본 사람이라면 재정가의 불편함을 안다. 서점에 깔려있는 책을 회수해서 스티커를 붙여 다시 깔아야 하는데, 스티커가 붙은 책은 독자들이 좋아하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출판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재정가라는 탁상공론식 정책을 만들었다는 얘기다.

재고도 문제다. 재고가 쌓였다고 나쁜 책은 아니다. 좋은 책이 독자들의 눈에 들지 않아 재고로 남는 경우가 많다. 출판사는 할인을 통해 재고를 소진하면서 독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좋은 책을 만날 수 있었다. 지금은 재고로 쌓여있는 책을 폐지로 버려야 한다. 아니면 몇백원 더 받고 중고서점에 넘기던가.

적은 비용으로 책을 노출시킬 기회도 줄었다. 보다 다양한 마케팅을 활용하도록 출판사를 변화시켰다는 긍정적인 작용도 했다. 하지만 부익부 빈익빈을 가중시키는 결과도 가져왔다. 다양한 마케팅=돈이기 때문에 자금력 있는 대형출판사일수록 책을 노출시킬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났다.

서점은 더이상 마케팅에 비용을 들일 필요가 없어졌다. 도정제 이전에는 서점이 이익을 포기하면서 책을 홍보했지만, 도정제는 서점이 이익을 포기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도정제 이전에는 1만원짜리 책을 6천원에 받아서 3천원 이익을 포기하고 7천원에 팔던 서점이 지금은 1만원짜리 책을 6천원에 받아서 9천원에 판다.


도정제를 비판하기 위해 이런 글을 쓰는건 아니다. 도정제는 가격 할인에만 집중되 있던 출판사 마케팅을 저자강연, SNS 활용, 소셜 펀딩 등 다양한 방향으로 확대시켰다. 도정제 이전에 독자들은 한달 걸러 진행되는 할인 때문에 제값 주고 사면 손해본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런 문제도 사라졌다. 그리고 서점과 출판사는 매입율 조정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다. 온라인에 집중되던 할인이 사라지면서 동네 서점을 살리려는 분위기도 생겨났다. 다양한 형태의 동네서점 살리기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것 역시 도서정가제가 도움을 줬다고 본다. 
대형서점 중심의 과도한 매입률 조정도 사라지고 있다. 할인 행사를 위해 단기적이지만 매입율을 50% 이하로 조정해 판매하면서, 매입율 70% 이상이던 동네 서점에서 출판사가 아닌 인터넷 서점을 통해 50% 할인하는 책을 공급(사실상 구매)받는 기형적인 공급 구조도 사라졌다.

도서정가제가 가져온 순기능들이 서서히 출판계를 변화시키고 있다다. 출판계 사람들이라면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이런 변화가 장기적으로 지속됐을 때 출판계에 득이 될지 실이 될지, 도정제 폐지를 논하기 전에 엄격하게 검토를 해봐야 한다.

도정제의 문제들은 분명 개선할 방법이 있을 것이다. 출판사, 유통사, 독자가 만족할 만한 지점을 지금부터라도 찾는다면 '도정제 폐지'보다 나은 답을 구할 수 있다. 찾아 봤는데 도저히 해답을 찾을 수 없다는 결론이 나면 그때 가서 폐지를 해도 된다.

정책 하나 만드는데 10년은 봐야한다. 문제가 생긴다고 그때마다 정책을 바꾸면 10년이 지나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그러니 도정제 폐지를 얘기하기 전에 도정제의 문제가 무엇인지 분석하고, 해결방법을 찾는게 우선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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