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내.맘.대.로 2016. 3. 24. 16:54

내맘대로의 EPUBGUIDE.NET에서 편집자의 의도를 그대로 살려 전자책을 제작해 드립니다.

종이책의 편집 스타일을 최대한 유지하며, 팝업 주석 처리, 이미지 확대 축소 등 전자책의 장점을 반영하여 전자책을 제작합니다. 탬플릿을 사용하지 않고, 책 한권 한권 고유 스타일을 살리기 때문에 전자책에서도 종이책 디자인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한국출판문화진흥원의 [텍스트형 전자책 제작 지원 사업] 선정 도서는 ‘제작 난이도별 제작비 산정 기준에 근거하여’ 제작 단가를 산정하고, 일정에 맞춰 제작을 해 드리니 많은 문의 바랍니다.

자세한 내용은 여기로: https://www.epubguide.net/notice/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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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계 한가운데서 일련의 변화를 몸소 경험한 장운수 전 민음사 대표가 쓴 이 책은 '출판이 종이책을 파는 컨테이너 비즈니스에서 정보와 지식을 파는 콘텐츠 비즈니스로 이행하는 것은 분명한 흐름이며 전세계 어느 출판 주체도 이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고 진단한다.

옳은 얘기고 공감가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출판이 '정보와 지식'을 팔다가 게임과 드라마에 독자를 빼앗긴 과거에서는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네요. 책을 읽어보지 않고 기사만 봐서 일단 판단은 보류.
위 기사를 보고 떠오른 생각을 정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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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정보와 지식을 전달하는 책 vs 게임, 드라마
(지식습득) 정보와 지식을 전달하는 책 vs 인터넷
두 대결에서 누가 이길까?
책이 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면 더 이상 정보와 지식에 집착해서는 안된다. 깊이있는 정보가 책의 강점이라는건 알지만, 깊이있는 정보를 원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모든 출판사가 소수의 독자가 원하는 '좋은 책'을 만들 필요는 없는거 아닌가?
우리 출판계는 모든 식당이 맛은 없지만 몸에 좋은 값비싼 음식을 팔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같다. 길거리에서 파는 떡볶이는 쓰레기니까 만들어서도, 팔아서도, 사먹어서도 안된다는 말을 하는 것 같다.

우리 출판계가 '정보와 지식'에 집착하며 독자를 잃어가는 동안 일본은 라이트노벨과 만화와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로 우리 소설 시장을 장악하고, 작가 취급도 안하는 국내 장르 소설 작가들 작품 대신 영화와 함께 들어온 미국의 스릴러, 판타지 소설이 서가에 꽃히고 있다. 물 건너와 역자의 번역을 거친 스릴러, 판타지, 로맨스는 격이 있는 작품이고 국내 장르 소설 작가들의 작품은 쓰레기 취급을 받는다.

출판시장이 줄어드는건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대응 방식은 다르다. 우리 출판계는 독자가 외면하는건 자기계발류의 쓰레기가 판을치면서 출판의 질을 떨어트렸기 때문이라고 얘기하며 '정보와 지식'이 담긴 양질의 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다른 곳에서는 이런 시도를 하고 있다.



...(중략)...
Mr. Patterson’s plan: make them shorter, cheaper, more plot-driven and more widely available.
...(중략)...
In some ways, Mr. Patterson’s effort is a throwback to the dime novels and pulp fiction magazines that were popular in the late 19th and early 20th century, when commercial fiction was widely available in drugstores.
...(중략)...

'정보와 지식'이 가득 담긴 인류 역사에 영원히 남을 만한 위대한 양질의 책이 독자들을 다시 책으로 끌어들일지, 게임과 드라마보다 재미있고 읽기 쉬운, 위대한 책 옆에 놓으면 티끌만도 못한 책(많은 출판인들이 '쓰레기'라고 치부하는)이 독자들의 선택을 받을지를 놓고 출판계는 언제쯤 고민을 시작할까?

독자들이 게임과 드라마, SNS 대신 책을 들도록 만들려면 이들과 같은 프레임 안에서 생각을 해야한다. 책을 여전히 정보 전달 매체요 지식 습득의 수단이며 자아 실현의 도구로만 접근한다면 절대 게임과 드라마, SNS에 빠져있는 사람들을 책으로 끌어들일 수 없다.

책의 정보전달 매체로서의 역할을 부정하는게 아니다. 책은 깊이있는 지식을 습득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도구다. 책을 읽으면 사고의 깊이와 넓이가 확장되기 때문에 '좋은 책'을 읽어야 한다는 주장에 100% 찬성한다. 

하지만 1년 내내 보양식을 먹는 사람은 없듯이, 스테이크나 사찰 음식보다 떡볶이와 삼겹살을 더 많이 먹듯이 책도 '좋은 책'보다 '재미있는 책'을 사람들이 더 많이 읽게 해야한다는 소리다. 게임과 드라마와 SNS에 빠져있는 독자들이 책을 읽게 만들려면 '정보와 지식'이 가득 담긴 '좋은 책' 대신 게임과 드라마보다 '재미있는 책'을 줘야한다.

'좋은 책'을 포기해야 한다는 얘기도 아니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파는 스테이크는 스테이크대로 인정하고,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파는 떡볶이 역시 사람들에게 꼭 필요하다는걸 인정한다면, '좋은 책'은 좋은 책대로, 재미를 주는 책은 재미를 주는 책 대로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자는 얘기다.

출판계 불황의 해결책은 출판계 스스로가 '쓰레기'라고 정의하고 쳐다보지도 않았던 콘텐츠에 있을지 모른다. 출판계는 이미 이런 경험을 한번 했다. 여전히 많은 출판인들이 '쓰레기' 취급하는 '자기계발'서들이 쏟아져 나올 때 출판계는 이런 불황이 아니었다. 불황이 아닐 때 자기계발서가 쏟아진 건지, 자기계발서가 쏟아져서 불황에 빠지지 않은건지 생각해 볼 일이다. 조금씩 그걸 느끼는 분들이 생기고 있지만 아직 대놓고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드물다. 출판계가 스스로 '쓰레기'라 정의한 콘텐츠들의 가치를 다시 생각할 때 출판계는 진짜 변하기 시작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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